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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진윤
침상 가장자리에 앉은 황제가 미소를 지었다. 눈도 따라 초승달처럼 변했다.
“심 대인, 잘 지냈소!”
심균당은 말문이 턱 막혔다.
예전엔 황제가 이렇게 뻔뻔한 인간인지 왜 몰랐을까.
심균당은 현재 더 이상 남자 행세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침상에 누워 자고 있었다.
무턱대고 여자가 자는 침실로 들어와 침상 휘장을 걷고 인사를 한다는 건 아무리 황제라도 실례가 아닐 수 없었다.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심균당을 쳐다보았다. 그는 내심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심균당은 불쾌감이 들었다. 더구나 지금 앞에 나타난 황제는 예전에 심균당이 알던 황제와는 완전히 달랐다. 황제는 줄곧 가면을 쓴 채 살아온 이중인격자였다!
황제는 돌연 가면을 내팽개치고 본색을 드러내기로 작심한 듯했다.
심균당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낯빛이 크게 변한 심균당이 황제를 노려보았다.
“폐하!” 오픈홀덤
“심 대인,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게. 짐이 아는 것이라면 뭐든 대답해 주겠네.” 황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뜨겁고 빨갛게 달아오른 심균당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심균당은 황제의 손길을 힘겹게 피하며 물었다.
“폐하께서 약을 쓰신 것이옵니까?”

화가 치민 심균당의 말투가 매우 싸늘했다.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지금까지 좋은 인상을 품고 있었거나 말거나 황제와 주먹다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황제는 가볍게 웃었다. 심균당이 뺨을 못 만지게 하자 그의 손가락이 아래로 향하더니 금세 목에 다다랐다.
“심 대인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듯한데 짐이 굳이 대답할 필요가 세이프게임 있을까?” 심균당은 어이가 없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육포에 약을 썼군요! 백 통령을 시켜 육포에까지 약을 넣다니…….” “심 대인은 여인인데도 여전히 몹시도 똑똑하구려. 짐은 똑똑한 여인을 좋아한다네. 심 대인, 앞으로 황궁에서 짐과 함께 사는 게 어떻겠소?” ‘뭐가 어쩌고 어째? 헛소리 좀 작작 하시지! 음흉하기가 독사나 다름없는 인간과는 한시도 함께할 수 없어! 차라리 줄곧 변함없이 무뢰한 같았던 섭정왕이 낫겠다. 그나마 그 남자는 약은 안 쓰는 데다 한결같기라도 했지!’ 황제는 섭정왕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감당키 어렵습니다.” 심균당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끝부터 목까지 묘한 간지럼증이 느껴졌다. 온몸이 뜨겁고 간지러워 몹시 괴로웠다.
순간 황제는 심균당에게 가장 필요한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심균당은 황제에게 달려들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단비의 이면에는 극독(劇毒)이 숨겨져 있음을 안다.
심균당은 몸이 뜨겁고 가려워 죽을지언정 황제를 선택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제의 손가락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목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이프파워볼
보드라운 목을 지분거리던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가슴에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
황제의 눈이 반짝 빛났다.
‘지금까지 남자 옷을 입고 다니던 아당의 가슴이 이리 풍만할 줄이야!’ 황제는 오늘 밤 심균당의 몸을 실컷 감상하려는 듯했다.
“심 대인은 진짜 짐에게 놀라운 기쁨을 선사하는구려!” 심균당은 황제의 더러운 손을 당장에 쳐 내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듯 팔다리를 꼼짝할 수조차 없었다.
황제는 침상에 누워 있는 심균당을 내려다보았다. 황제의 눈은 언제부터인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심균당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섭정왕이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자 황제는 극도로 흥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나한테 있다는 걸 알면 황숙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거 참 볼만하겠는걸!’ 황제는 생각할수록 피가 끓어올랐다.
황제의 시선이 심균당의 허리띠에 멈췄다. 그는 어느새 징그럽고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심균당을 능욕할 태세였다. 파워볼사이트
그가 연나라의 황제 신분이고 곱상한 미소년이었지만 심균당에게는 역겹게만 느껴졌다.
그 순간, 내실 밖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남자가 갑자기 외실에 쳐들어온 것이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키다리 시녀의 목을 틀어쥐었다. 키다리 시녀는 공포에 떨며 그를 응시했다.
검은색 망포를 입은 남자는 뚜렷한 이목구비였지만 낯빛은 싸늘했다. 파워볼게임사이트 그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얼음처럼 몸이 굳어 버릴 것 같았다.
키다리 시녀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 모양만으로 봤을 때 ‘섭정왕’이라고 말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키다리 시녀는 내실에 있는 황제에게 경고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진축이 손등으로 세게 쳐서 기절시켰다.
키다리 시녀는 쓰러지면서 안채 입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았다.

옷차림과 왼쪽 손등에 가로로 난 상처를 통해 그가 서왕부에서 백서로 행세했던 진일(秦一)임을 알 수 있었다.
황제의 측근인 진일도 섭정왕한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상대가 되지 못한 건 물론이고 섭정왕이 왔다는 경고의 말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진일이 경고만 해 주었어도 키다리 시녀가 섭정왕에게 바로 제압당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키다리 시녀는 진일한테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진일은 황제가 갖고 있던 비장의 한 수였지만 섭정왕의 손에 허무하게 죽어 갔다.
섭정왕은 배신자와 적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심균당에게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황제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심균당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눈물이 얼굴 양쪽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리리 서왕부에 있을걸. 이곳에서 황제한테 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심균당은 후회막급이었다.
‘흑흑, 염라대왕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잘도 나타나더니 정작 보고 싶을 때는 왜 코빼기도 안 보이냐고!’ “섭정왕, 이 나쁜 놈 같으니! 살려 줘! 도와 달라고!” 심균당은 속으로 섭정왕을 실컷 욕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입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심균당은 죽을힘을 다해 황제에게 저항하고 싶었지만 몸에 약 기운이 퍼져 점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황숙을 떠올리는 심균당을 보고 황제의 표정은 얼음장같이 차갑게 굳어졌다. 파워볼실시간
속에서 끓어오르는 질투심과 열등감에 이를 악문 황제는 이내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지금 심균당의 위에 있는 남성은 자신이었다. 곧 있을 행위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황제는 행동도 무척 거칠어져 심균당의 허리띠를 힘껏 잡아당겼다.
순간, 옷을 찢으려던 황제는 갑자기 등이 뜨끔하더니 허공으로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황제는 옆에 있던 협탁에 부딪친 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서야 황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뜻밖에도 그 황숙이, 섭정왕이 온 것이었다!

황제는 다시 ‘가면’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진윤! 여기는 대체 어떻게 온 것이냐!” 얼음처럼 싸늘한 표정의 섭정왕이 황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본왕이 왜 여기에 올 수 없는 것입니까?” 섭정왕이 최대한 힘을 실어 발길질을 한 것이고 황제는 무공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온몸이 아팠다. 허리가 특히 심했다.
황제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는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을 말했다.
“왔으면 어쩔 것이지? 짐은 이미 심 대인의 맛을 실컷 보았다. 황숙의 안목이 뛰어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군…….” 황제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다시 섭정왕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너무 아팠는지 황제는 더 이상 입을 놀리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심균당은 의식이 조금 흐릿해졌지만 섭정왕이 황제를 따끔하게 혼내 주는 모습은 똑똑히 보았다. 내심 통쾌했다.

섭정왕은 침상을 훑어본 후 버르장머리 없는 황제를 내실에서 끌어냈다.
위험이 사라졌지만 심균당의 몸이 뜨겁고 가려운 증상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졌다.
참아 보려 애썼지만 불이 붙은 것처럼 몸이 뜨거워 심균당은 힘겹게 앞섶을 풀어 헤쳤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황제를 실컷 혼내 준 후 섭정왕은 부하들에게 처리하라며 넘겨주었다.
진축은 암부의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황제를 모처로 끌고 가 감금했다.
진축은 황제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섭정왕이 황제를 보면 또 때릴 것 같아서였다.

황제는 이미 섭정왕한테 많이 두들겨 맞았기 덕분에 더 맞으면 목숨을 보전키 어려웠다.
내실 병풍 뒤에 서 있던 섭정왕은 고통에 신음하는 심균당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축은 침묵을 지키는 섭정왕 뒤에 서 있었다. 1각이 지나자 진축이 참다못해 섭정왕에게 말했다.
“전하, 괴로워하는 아씨를 저대로 두실 것입니까?” 섭정왕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축을 째려보았다. 진축은 즉시 목을 움츠렸다.
심균당이 중독된 약은 쉽게 해독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바탕 뜨겁게 정사(情事)를 치르는 것이었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차가운 물에 반 시진 정도 몸을 담그는 방법도 있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약효가 대부분 사라지고 하룻밤이 지나면 나머지도 말끔히 사라진다.

‘전하께서는 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거지?’ 어느 방법을 택하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진축은 영흥후 심균당이 안됐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전하처럼 속이 시커먼 남자를 만났는지…….’ 심균당이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이번 생에 섭정왕 같은 못된 남자를 만나 고생한다고 진축은 생각했다.
섭정왕이 째려본 후부터 진축은 입도 뻥긋 못 하고 그림자처럼 옆에 서 있었다.
섭정왕은 냉담한 표정으로 병풍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매에 가려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내심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1각 넘게 고통에 신음하던 심균당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심균당은 이렇게 고통받다 결국 죽는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의식이 흐릿해질 무렵, 심균당은 저도 모르게 섭정왕의 이름 ‘진윤’을 불렀다.
“지, 진윤…….”
심균당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섭정왕은 쏜살같이 내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내실에서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축은 그제야 섭정왕이 일부러 심균당의 애를 태웠다는 걸 알아차렸다.
심균당이 정말 견디기 힘들면 결국 자신을 찾을 거라는 걸 섭정왕은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섭정왕 외에 심균당이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다.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야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 섭정왕은 책임을 심균당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진축은 밖에서 어슬렁거릴 수 없었다. 진축은 영흥후 심균당에게 동정심이 일었다.
진축은 발소리를 죽이며 외실을 나갔다. 그는 밖에 서서 문지기 역할을 맡았다. 긴급한 상황이 아닌데 섭정왕과 심균당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면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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