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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살이 찌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손을 쳐다보았다. 너무 꽉 잡은 탓인지 하얗고 보드라운 손은 어느새 빨개져 있었다.
섭정왕은 인상을 구기며 내심 생각했다.
‘애송이 녀석, 손이 왜 이렇게 하얗고 연약한 거야. 손이 완전 순두부로군. 약간만 힘을 줘도 뭉개질 것 같아. 어떻게 여자 손보다 말랑말랑할 수 있지?’ 섭정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뭘 어쩌겠어. 앞으로 애송이 녀석의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는 수밖에.’ 자비를 베풀려는 것인지 생각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지만 섭정왕은 손에서 힘을 뺐다.
바짝 긴장했던 심균당은 마음을 놓았다.
안심하고 손을 빼려는데 섭정왕이 다시 힘을 주었다. 처음보다 세지 않아 덜 아팠지만 그래도 여전히 섭정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바짝 긴장한 심균당은 꼼짝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따듯하고 커다란 손이 작은 두 손을 주물럭거렸다. 애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 같기도 했다.
심균당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 지금 뭐 하는 수작이야, 이 파렴치한 놈아!’ 섭정왕이 손을 비벼 대자 심균당의 온몸이 찌릿찌릿 저렸다.
심균당은 날강도 같은 섭정왕이 더 이상 보지 못하도록 손을 소매 안으로 냉큼 집어넣고 싶었다.
하지만 섭정왕은 힘을 적절히 조절해 아프지 않은 한도 내에서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는 통에 심균당은 빼도 박도 못 했다.
심균당은 빨개진 얼굴로 섭정왕을 쳐다보았다.
“전하, 발하공을 드시지요.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소신이 어떻게 젓가락을 잡겠습니까?”

섭정왕은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심균당을 보면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영흥후는 젓가락 잡을 필요 없어. 내가 먹여 주면 되잖아.” 하지만 애송이 녀석은 죽는 한이 있어도 받아먹지 않을 게 뻔했다.
섭정왕은 마른기침을 하고는 심균당의 빨개진 얼굴에서 시선을 뗐다.
섭정왕의 울대뼈가 몇 번 오르락내리락했다. 그제야 심균당 때문에 끓어올랐던 욕구를 억제할 수 있었다.
심균당은 섭정왕이 힘을 빼는 듯하자 서둘러 오른손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섭정왕이EOS파워볼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심균당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왼손도 마저 빼려는데 이번에는 섭정왕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심균당이 왼손을 움직이자 섭정왕이 다시 덥석 그 손을 쥐었다. 심균당을 잡아먹을 것처럼 거칠고 포악한 손놀림이었다.
심균당은 깜짝 놀랐다.

그는 얼굴선이 뚜렷한 섭정왕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섭정왕은 그의 촉촉이 젖은 눈을 보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러 번 접촉해 본 덕에 심균당은 염라대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염라대왕은 부드럽게 말하면 말을 듣지만 강하게 나가면 더 고집을 피웠다.
잠시 머리를 굴린 심균당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전하, 방금 소신이 준비한 발하공을 드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자세로 어떻게 드시려고 하십니까?” 심균당은 섭정왕이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자기 왼손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연나라에서는 현대처럼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젓가락을 사용해 밥을 먹었으므

로 섭정왕이 손을 잡고 있으면 심균당이 음식을 집어 먹여 줄 수가 없었다.
정말 섭정왕에게 음식을 떠먹여 준다면 심균당은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는 셈이었다.
섭정왕은 애송로투스바카라 이의 눈을 쳐다보다가 의중을 알아차렸다.
심균당은 손을 빼내려고 미끼를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섭정왕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그의 손을 아직 충분히 만지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그런 건 개의치 않아.” 섭정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을 뻗어 조금 전에 앉았던 자

리에 있던 식사 도구를 가져왔다. 그러고 나서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했다.
섭정왕은 먼저 소고기를 육수에 담근 다음 적당히 익었을 때 건져 내 영흥후부의 주방에서 만든 특제 장에 찍었다. 그 소고기를 입에 넣고 씹으며 맛을 음미해 보았다.
소고기를 꿀꺽 삼킨 섭정왕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발하공 맛이 아주 훌륭하군. 영흥후가 신경을 많이 썼어.” 섭정왕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심균당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자식 뭐야, 양손잡이?’
섭정왕은 왼손으로도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했다. 보통 사람이 오른손으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섭정왕이 모든 길을 차단했기 때문에 심균당은 손을 뺄 핑계를 댈 수 없었다.
심균당은 멍하니 의자에 앉은 채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
섭정왕이 심균당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까는 신이 나서 시녀한테 발하공을 준비하라고 해 놓고 왜 먹지 않는 것인가?” 심균당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염라대왕은 지금 먹고 있는 발하공이 그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 심균당이 오늘 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균당은 속으로 섭정왕에게 눈을 희번덕거렸다.
‘바로 옆에 전하가 앉아 있는데 내가 발하공을 먹을 마음이 나겠어요?’ 하지만 그것은 속으로 생각하는 것일 뿐이었다.
발하공 냄비에서 올라오는 향기 탓에 심균당은 더욱 공복감을 느꼈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먹는 것에 집중하면 손을 잡고 있는 난감한 장면은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균당은 분노를 식욕으로 바꾸어 젓가락을 들었다. 우선 조금 전에 넣었던 시금치를 건져 냈다.
섭정왕은 소고기를 먹은 다음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채 시금치를 먹고 있는 애송이를 보았다.
심균당은 시금치를 젓가락으로 집어 장을 조금 찍은 뒤 작은 입에 넣었다.
애송이는 같은 동작을 세 번 반파워볼사이트 복했다. 시금치가 유난히 맛있는 듯했다.
섭정왕도 냄비에 있는 시금치에 관심이 갔다.
심균당이 시금치를 세상에 둘도 없이 맛있는 음식처럼 먹었기 때문이었다.
섭정왕도 냄비에 남아 있는 시금치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는 연나라에서 가장 좋은 온천별장 두 곳을 소유하고 있었다.
온천별장에서는 지열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고 있어서 서왕부에서는 겨울에도 채소를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섭정왕은 까탈스럽게 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었다. 하인들은 섭정왕의 명을 거스를 수 없어 그대로 따랐다.
염라대왕은 명실상부한 육식동물이었다.
섭정왕의 식단에는 육류가 제일 많았고 채소는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반찬에 불과했

다.
황궁 주방이든 서왕부의 주방이든 섭정왕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채소로 음식을 만들 때는 고기를 항상 곁들였다.
그렇게 고기와 채소를 함께 먹은 섭정왕의 몸은 아주 튼튼했다.

그런 그가 발하공처럼 채소를 직접 육수에 넣어 익혀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심균당이 먹는 채소는 섭정왕이 제일 싫어하는 시금치였다.
섭정왕은 시금치를 심균당이 찍어 먹었던 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섭정왕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채소를 곁들인 고기요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었을 뿐 아니라 채소 특유의 맛이 났다. 아니, 맛이 더 좋았다.
어느새 섭정왕은 심균당의 먹는 방식을 따라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염라대왕은 심균당의 것을 빼앗아 먹었다.
‘애송이 녀석은 채소를 대규모로 재배할 테니 채소가 부족하진 않겠지?’ 시금치와 쑥갓 한 접시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입으로 사라졌다. 특히 섭정왕은 심균당보다도 훨씬 많이 먹었다.
심균당은 배알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심균당은 채소를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 자기보다 섭정왕이 채소를 더 잘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섭정왕의 것을 빼앗아 먹을 수도 없었다.
‘에이, 그럼 채소 안 먹어. 고기를 먹을 거야!’ 심균당은 앞에 놓인 채소 몇 접시를 포기하고 양고기와 소고기 쪽으로 젓가락을 뻗었다.
양고기와 소고기는 신선했을 뿐 파워볼게임사이트 아니라 심균당이 주방에 일러 준 비법으로 정결하게 처리한 덕분에 맛이 더 좋았다.
같은 고기라도 처리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심지어 한 가축이라도 부위에 따라 처리 방법을 달리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심균당은 주방 요리사에게 부위별 처리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심균당은 일정한 두께로 썬 소고기를 냄비에 넣었다. 몇 초 동안만 살짝 담갔다가 건져 낸 후 육질이 가장 부드러울 때 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채소에는 채소의 맛이 있고 고기에는 고기의 맛이 있었다.
소고기는 심균당이 좋아하는 고기는 아니었지만 한 접시쯤은 거뜬히 먹을 수 있었

다.
고기를 좋아하는 섭정왕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고기를 많이 먹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애송이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았나?’ 겨울철에 구하기 힘든 신선한 채소는 잘 익혀서 먹어야 했으니 다른 것들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번 어서방에서 심균당은 주방에서 정성껏 만든 음식 중에서 채소 위주로 된 음식만 조금 먹고 고기로 만든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그 까다로운 입이 지금은 고기를 엄청나게 먹고 있었다.
섭정왕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눈이 커졌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소고기 한 접시를 싹 비우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빨갛고 작은 입술은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섭정왕은 그 입술을 손수건으로 직접 닦아 주고 싶었다.
심균당이 파워볼실시간 소고기를 다 먹고 나자 섭정왕이 말했다.
“그게 그렇게 맛있느냐?”
심균당은 말없이 섭정왕을 쳐다본 다음 식탁을 훑어보았다.
‘염라대왕은 세상의 산해진미를 다 먹어 봤을 테니, 설마 내가 먹은 고기가 맛있어 보였던 건 아니겠지?’ 심균당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하지만 서왕부의 요리사 솜씨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요.” 입맛이 까다로운 심균당이 맛있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소고기의 맛이 좋을 거라고 섭정왕은 짐작했다.
섭정왕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소고기를 집어 조금 전 심균당이 했던 것처럼 육수에 넣고 데친 다음 장에 찍어 먹었다.
연한 소고기는 씹는 질감이 좋았고 꿩 육수의 향이 물씬 풍겼다. 특제 장의 맛까지 미뢰에서 춤을 추었다.
서왕부의 주방 요리사가 만든 고기 요리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섭정왕은 소고기를 먹고 나서 눈썹을 올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고기 맛에 반한 섭정왕은 쉴 새 없이 젓가락을 놀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고기 한 접시가 사라져 심균당은 몇 점 먹지도 못했다.
‘정말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러 왔냐고!’ 섭정왕은 심균당이 먹는 거라면 모든 빼앗아 먹으려고 들었다.

조정 신하들이 지금 모습을 보았다 실시간파워볼 면 그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섭정왕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 같았다.
식탁 위에는 아직도 식재료가 많이 남아 있으니 배불리 먹지 못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섭정왕이 심균당이 먹는 것만 빼앗아 먹으려고 드는 게 문제였다.
심균당은 어이가 없었지만 섭정왕과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건 무의미했으므로 그가 영흥후부를 나갈 때까지 참기로 했다.
발하공을 더 먹고 싶으면 섭정왕이 간 다음 주방에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지시하면 그만이었다. 영춘, 백매 등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최소한 밥통으로 변신한 섭정왕과 먹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심균당이 젓가락질을 멈추자 섭정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왜 먹지 않지?”
심균당은 왼손을 어떻게든 빼내려고 했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균당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하, 소신이 원래 많이 먹지 않습니다. 이미 배가 부릅니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뼈가 없는 것처럼 말랑말랑하고 손목이 가는 게 정말 남자 손 같지 않았다.


섭정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애송이 녀석, 평소에 먹는 게 부실하니 이렇게 말랐지. 남자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군.’ 섭정왕은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내대장부가 이렇게 조금 먹어서야 어디에 쓰나. 더 들도록 하게.” 심균당은 어이가 없었다.
심균당은 연회에서도 식사를 조금 했고 그 후로도 차와 간식을 먹었다. 섭정왕한테 빼앗기면서도 꽤 먹었기 때문에 심균당은 진짜로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섭정왕이란 작자는 대체 왜 이 모양인 거야. 이젠 신하의 식사량까지 간섭할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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