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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모골이 송연한 질문
진심을 말하면 염라대왕이 담요로 얼굴을 덮어 죽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 깨어난 게 아닌가 의심할지도 몰랐다.
정황상 의식을 회복하게 전에 자기가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린 게 확실했다.
몹시 갈등하던 심균당은 이를 잠시 악물었다가 잠꼬대를 가장해 간신히 한 마디를 짜냈다.
“아주 조금, 아주아주 조금은 좋아…….” 섭정왕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 끝에 답을 얻었지만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섭정왕은 곧바로 물었다.

“그건 어째서지?”
조마조마하던 섭정왕의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았고 구름 위로 솟구치지도 않았다.
크게 슬프지도 않았고 크게 기쁘지도 않았다. 파워볼사이트
하지만 그런 뜨뜻미지근한 심균당의 태도가 섭정왕을 더 괴롭혔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망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 내 예상이 맞았어. 애송이 녀석의 마음 깊은 곳에 내 자리가 있었어. 조금은 나를 좋아하니까 지난번 어서방에서 만났을 때도 그런 반응을 보였던 거겠지.’ 섭정왕의 얼굴에서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고 한 부분이 영 찜찜했다.
‘아주 조금이라…… 어째서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거지?’ 섭정왕의 마음에 심균당은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매일 밤 섭정왕이 잠들 때마다 애송이는 선녀로 변신해 꿈에 나타나곤 했다.
꿈을 꾸는 내내 섭정왕은 귀엽고 깜찍한 선녀를 쫓아다녔다.
심균당은 눈을 감고 있어 섭정왕의 표정과 동작을 볼 수 없었지만 다급한 말투를 통해 그의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섭정왕은 잠시 심균당을 깨워 이유를 캐묻고 싶은 욕망에 파워볼게임 사로잡혔지만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섭정왕은 인내심을 갖고 심균당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차분히 대답을 이끌어 냈다.
“어째서 아주 조금밖에 섭정왕을 좋아하지 않는 거지? 섭정왕한테는 말하지 않을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섭정왕은 어린 소녀를 당과로 꾀려는 납치범처럼 살갑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 속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음흉함이 깊게 서려 있었다.
심균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염라대왕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깨어날 수도 없었다.
섭정왕이 가짜로 잠든 척한 걸 눈치채면 아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몰랐다.
억지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자칫 눈치채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한테도 피해가 갈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심균당은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그녀는 처음처럼 잠꼬대를 가장해 몇 마디를 웅얼거렸다.
“너, 너무 회, 횡포를 일삼고 제멋대로잖아. 우, 우린 엔트리파워볼 원수지간이라고. 더구나 난 멀쩡한 남자야. 에이, 그건 좀 아니지…….” 심균당이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섭정왕의 미간은 더욱 좁아졌다.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섭정왕은 대략 심균당의 뜻을 알아들었다.
애송이는 섭정왕을 횡포를 일삼는 인간으로 묘사했다. 영흥후부의 원수라고도 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남자이기에 좋아할 수 없는 사이임을 강조했다는 점이었다.
섭정왕의 미간이 거의 내 천(川)자를 그렸다.
영흥후부는 삼대에 걸친 독자였다. 즉 심균당은 형제자매 중 유일한 남자로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 몸이었다.
남의 집 대를 끊어 놓는 것은 천벌을 받을 죄였다.
하지만 섭정왕은 심균당이 평범하게 장가를 들고 자식을 낳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섭정왕은 싸늘한 눈빛으로 심균당을 주시했다.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하얗고 보들보들한 뺨을 쓰다듬었다.
이불을 살짝 내리자 심균당의 새하얀 목이 절반쯤 드러났다.
가느다란 목은 한 손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OS파워볼
손에 살짝 힘을 주면 늘 애를 태우게 만드는 애송이를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으리라.
그러면 섭정왕도 심균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을 쥔 손에 힘을 줄 수는 없었다.
갑자기 공포에 휩싸인 섭정왕은 급히 손을 거두어들였다.
섭정왕은 손을 소매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은 다음에야 힘을 주었다.
심균당을 쓱 훑어본 섭정왕은 미간을 펴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심균당이 잠꼬대에서 한 말처럼 섭정왕은 횡포를 일삼는 인간이었고 연나라의 일인자였다.
그러나 섭정왕이 황제와 무엇이 다른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그 자리나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원하는 것이 있는데 뭘 그리 따지고 꺼려야 한단 말인가?
‘영흥후부가 대를 잇는 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내가 언제부터 일을 추진하는 데 이것저것 따졌던 거지? 이렇게 우유부단한 태도는 과감하고 추진력이 강한 내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지 않은가!’ 섭정왕은 금세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심이 서고 태도를 정했는데도 마음은 통쾌하지 않고 찝찝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섭정왕은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섭정왕은 뒷짐을 지고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심균당을 로투스바카라 내려다보았다.
장의자에 누운 심균당은 코와 이마에서 땀을 흘렸다.
술기운 탓이 아니라 뚫어지게 쳐다보는 섭정왕의 강렬한 시선을 의식해서였다.
조금 전 섭정왕의 손에 보잘것없는 목숨이 저세상으로 갈 뻔했다는 사실을 심균당은 잘 알고 있었다.
섭정왕은 허리를 굽혀 심균당의 입술에 입을 살짝 맞추었다 바로 뗐다.

개인 소유물임을 표시하기 위해 낙인을 찍는 것만 같았다.
심균당은 자제력을 끌어모으고 최대한 연기력을 발휘해 잠든 시늉을 그럴싸하게 해냈다.
잔뜩 긴장한 심균당은 담요에 덮인 손을 꼭 쥐었다.
섭정왕이 또다시 이상한 행동을 취하면 이번에는 기필코 ‘깨어나리라’ 맹세했다.
하지만 섭정왕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즉시 자리를 떴다.
섭정왕의 발소리가 잦아들수록 심균당도 마음이 점점 놓였다.
그렇다고 감히 눈을 뜰 수는 없었다.
염라대왕이 갑자기 돌아오기라도 하면 조금 전까지 훌륭히 해낸 연기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심균당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눈을 뜨지 않았다.
섭정왕이 취한 척한 심균당에게 했던 질문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심균당은 반 시진 동안 계속 자는 척했다.

편전은 여전히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그제야 섭정왕이 편전을 떠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심균당은 몰래 한쪽 눈을 떠 주위를 살폈다.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자 심균당은 길게 숨을 내쉬며 온전히 눈을 떴다.
잠든 척 연기하느라 한 자세로 누워 있었더니 온몸이 쑤셨다.
심균당은 기지개를 켜고는 장의자에서 내려와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편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심균당은 급히 장의자에 누운 다음 이불을 덮었다.
위 공공이 섭정왕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하얀 여우털 피풍의가 들려 있었다.
위 공공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조금 전 주인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일을 그르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 듯했다.
섭정왕은 편전 장의자로 걸어가 ‘잠든’ 심균당을 내려다보았다.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평탄하던 담요는 많이 주름져 있었다. 하얗고 작은 손도 담요 밖으로 삐죽 나와 있었다.
눈꺼풀이 조금 움직였다.
무슨 꾀를 생각해 내려고 그러는지 심균당은 눈알을 마구 굴리고 있었다.
섭정왕은 잠시 지켜보다가 애송이가 꼼짝도 하지 않자 속으로 웃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에게 말했다.
“영흥후, 깨어났느냐?”
심균당은 깜짝 놀랐다.
섭정왕이 직접 부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심균당은 깨어날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때 깨어나면 자는 척했던 게 티가 날 것 같아 심균당은 할 수 없이 계속 자는 척하기로 했다.
자는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염라대왕을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균당은 점점 자기합리화에 빠져들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눈알을 굴리는 것에 주목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심하게 취한 모양이로군.” 위 공공이 말했다.
“전하 말씀이 맞습니다. 영흥후는 나이가 어리고 가풍이 엄격해 술도 마셔 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주량이 약해 고작 포도주 한 주전자도 마시지 않고 취해 버렸으니 말입니다. 처음이라 아마도 내일은 되어야 잠에서 깰 것 같습니다.” 섭정왕은 위 공공을 힐끗 쳐다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추임새를 잘도 넣는구나.”
“소인이 어찌 감히요.”

위 공공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앞으로는 절대 쓸데없이 맞장구를 치지 말아야겠다고 위 공공은 굳게 마음먹었다.
괜히 혀를 잘못 놀렸다가는 목이 날아갈 듯싶었다.
“이리 내라.”
위 공공은 두 손으로 피풍의를 건넸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덮고 있는 담요를 걷었다.
팔을 그녀의 몸 아래로 넣은 후 가볍게 안아 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한 손으로 피풍의를 밑으로 넣은 다음 심균당을 감쌌다.
자는 척하고 있던 심균당은 갑자기 피풍의가 몸을 감싸자 어리둥절하면서도 두려웠다.
섭정왕이 무엇을 하려는지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속으로 심하게 갈등했지만 일단은 계속 자는 척하며 염라대왕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기로 했다.
섭정왕은 품 안에 있는 애송이를 훑어보았다.
얌전히 안겨 있는 모습이 새끼 고양이처럼 보여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섭정왕은 심균당을 안고 편전을 나갔다.
위 공공은 섭정왕을 따라 편전을 나간 다음 문을 닫았다.
편전 밖에는 진천화가 시위들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진천화는 섭정왕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전하, 마차를 준비할까요?”
섭정왕은 여우털 피풍의로 감싼 애송이를 내려다보면서 씩 웃었다.
“마차를 준비해. 왕부로 간다.” 심균당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번에는 정말 속이 타들어 갔다.
‘맙소사, 염라대왕이 나를 서왕부에 데려가려고 하잖아!’ 서왕부는 섭정왕의 저택이자 그의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소굴이었다.
지금 이 모습으로 서왕부로 간다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황궁에는 최소한 황제, 태비 등이 있고 섭정왕의 마수가 뻗치지 않는 곳도 있지만 서왕부는 아니었다.
진천화는 즉시 명령을 이행하러 자리를 떴다.

섭정왕은 심균당을 안고 어서방을 벗어나 긴 복도에 들어섰다.
심균당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염라대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잠시 후, 섭정왕은 서왕부 전용 마차에 다다랐다.
피풍의에 감싸인 심균당은 마차를 끄는 말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지금 저항하지 않으면 섭정왕과 함께 서왕부의 마차에 타야만 했다.
진천화와 위 공공 외에 다른 사람들은 피풍의로 감싼 사람을 안고 오는 섭정왕을 보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누구를 안고 오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감히 더 쳐다볼 수는 없었다.
섭정왕은 마차 앞에서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었다. 심균당이 눈을 뜨면 그가 파 놓은 함정을 금방 알아볼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피풍의에 푹 파묻힌 심균당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계획을 세운 심균당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섭정왕의 품에서 발버둥 쳤다.
“여기가 어디지? 왜 이렇게 답답해? 대체 무슨 일이냐고! 뭔가에 묶인 것 같아. 어서 풀어 줘!” 심균당은 발버둥 치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그럴싸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속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상대는 빈틈없고 영민하기로 소문난 섭정왕이었다.

심균당이 어떻게 나올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섭정왕은 팔에 힘을 주어 그를 꼼짝 못 하게 했다.
심균당은 꼼지락거려 보았지만 나무를 흔들려는 개미처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심균당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보았다.
섭정왕은 미간을 찌푸리며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방금까지는 심균당이 다칠까 봐 힘을 많이 주지 않았는데 용을 쓰듯 발버둥을 치자 섭정왕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섭정왕이 힘을 쓰자 힘들고 괴로운 건 심균당이었다.
섭정왕이 팔에 힘을 주자 두 사람의 가슴은 더욱 밀착되었다.
이틀 전 극심하던 가슴 통증이 이제야 조금 나았는데 가슴이 밀착되자 주먹으로 맞은 것처럼 고통스러워 심균당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심균당은 급히 자기 입을 손으로 막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얼굴은 점점 심하게 구겨졌다.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냉혈한 섭정왕도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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