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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마지막 탈출
심균당의 의도를 모르는 장수도 눈살을 찌푸렸다.
장수는 목소리를 낮추어 심균당에게 귓속말했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떨지요?” 심균당은 장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대답했다.
“옷 한 벌 사는 데도 네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 “쇤네가 어찌 감히요.”
장수는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장수가 꼬리를 내리자 마음을 놓은 심균당이 지시했다.
“후원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올 테니 여기에서 기다리거라.” 장수는 할 수 없이 점포에서 심균당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장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세자가 왜 갑자기 옷을 사려는 건지 도통 모르겠군. 게다가 삼베로 만든 짧은 저고리를 사겠다니 나 참 원……. 저런 옷은 일개 촌부들이나 입는 것이라 사 간다 해도 세자는 입을 수 없을 텐데…….’ 영흥후부의 아씨들이 만들어 준 옷이 허름한 점포에서 만든 옷보다 몇 배는 더 훌륭할 거라고 장수는 생각했다.
장수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세자는 진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기 때문에 장수는 쫓아가 세이프게임 옷을 갈아입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었다.
물론 심균당은 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를 대면 장수가 따라오지 못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심균당은 남자 옷을 들고 후원으로 갔다. 후원에는 손님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창고가 있었다. 그는 창고 문을 잠근 다음 남자 옷을 내팽개치고 안에 있던 여자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얀 장포도 벗고 관으로 고정한 머리도 풀어 헤쳤다. 짙게 칠한 눈썹을 지운 다음 재빨리 여인네의 머리 모양을 만들고 거친 옷감으로 만든 치마를 입었다.
잘생겼지만 허약한 영흥후부의 세자가 가냘픈 아가씨로 변신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었기에 심균당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심균당은 아주 조심스럽게 보자기에 숨겨 둔 물건을 꺼낸 뒤 다른 보자기로 감쌌다. 세이프파워볼 그러고 나서는 갈아입은 옷가지를 창고 구석에 숨겼다.
심균당은 보따리를 등에 메고 조심스럽게 창고를 나왔다.
그녀는 땅바닥에 있는 재를 손에 묻혀 얼굴에 아무렇게나 발랐다. 창백했던 얼굴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조금 전 후원을 둘러보면서 심균당은 지형지물을 모두 파악해 두었다. 담벼락이 높지 않아 담 가까이에 놓아둔 밀기울 포대 위를 밟고 올라가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장이 물건을 싣고 데려온 노새가 구유 속 밀기울을 먹고 있었다.

심균당이 밀기울 포대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앞쪽 점포에서 쿵쾅거리는 파워볼사이트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엉거주춤 머뭇거리던 심균당은 상황을 살피러 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점포에 간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게 뻔했다.
심균당은 모질게 마음먹고 밀기울 포대를 밟고 올라서서는 보따리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었다. 그런 다음 담벼락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진축이 손짓하자 자객들이 소리 없이 포목점으로 들이닥쳤다.

포목점 앞을 지키던 진국부인의 사병들은 불길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파워볼게임사이트 급히 방어대형을 구축했다.
하지만 진축이 이끄는 자객들은 매우 민첩했다.
순식간에 칼이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국부인의 사병들도 정예병 중에서 선발한 일당백의 용사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객으로 길러진 고수들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더구나 심균당을 경호하는 사병은 몇 명 남아 있지 않아 수적으로도 열세였다. 진축이 데려온 자객은 사병보다 두 배나 많았다.
협공을 당한 사병들은 금세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자객들이 습격해 오자 장수는 대경실색했다. 장수는 후원으로 통하는 파워볼실시간 문을 힐끔거리며 바짝 긴장했다.

순간 장수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객들을 막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즉시 칼을 뽑아 갑자기 나타난 자객들에게 달려들었다.
진축은 부하들에게 진국부인의 사병들을 맡기고 직접 장수를 상대했다.
포목점 주인장은 복면 쓴 괴한들이 점포로 들어와 사병을 죽이자 바로 까무러쳤다.
몇 번 싸워 보지도 못했는데 장수는 어깨에 칼을 맞고 말았다. 옷이 피로 빨갛게 물들었다.
진축이 발로 뻥 차자 장수는 진열대 위로 쓰러졌다.
부실한 진열대는 큰 충격을 받아 우지끈 소리를 내며 바로 주저앉았다.
장수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심하게 기침을 해 댔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진축을 싸늘하게 응시했다. 그의 눈에서는 두려워하는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축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으로 장수의 목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심균당은 어디에 있지? 어서 말해!” 장수는 눈을 질끈 감고 예리한 칼날이 목을 베기만 기다렸다.
싸늘한 눈을 빛내던 진축은 칼을 거두고 장수를 잡아끌며 후원으로 데려갔다.
“죽고 싶단 말이지? 쉽게 보내 줄 줄 알고!” 그때 진국부인의 사병들을 모두 해치운 부하들이 진축을 따라 후원으로 들어왔다.
포복점의 후문은 한 개뿐이었다. 날개를 달고 날아가지 않았다면 심균당은 후원에 있을 게 거의 확실했다.
장수는 내심 겁을 집어먹었다. 절망적인 상황이 되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영흥후가 세상을 떠났는데 세자마저 이곳에서 죽게 생겼구나.’ 세자까지 정말 죽는다면 영흥후부는 도저히 가망이 없게 될 터였다.
‘어릴 적부터 함께 컸으니 저세상으로 갈 때 길동무라도 해 주어야지. 어쨌든 세자는 여자이니 황천길을 혼자 가는 게 무서울 거야.’ 진축은 후원으로 통하는 문을 발로 부수었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문짝이 바닥에 쓰러졌다.
벽을 기어오르던 심균당은 굉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발이 불안정했던 탓에 심균당은 담벼락에서 미끄러져 밀기울 실시간파워볼 포대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노새는 ‘투루루 투루루’ 하고 두 번이나 투레질했다.
심균당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곧이어 복면 쓴 자객들이 검을 들고 후원에 들이닥쳤다.
햇빛이 칼날을 비추었다. 반사된 빛이 눈을 찔렀다. 예리한 칼날에서는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자객들은 소리 없이 움직였고 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들을 본 심균당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자객이 중상을 입은 장수의 멱살을 움켜쥔 채 후원까지 끌고 왔다.
심균당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현대인이었던 그녀는 피 튀기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었다. 자객들이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심균당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과 맞닥뜨리자 그녀는 실제가 아니라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찰나지만 심균당의 머릿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몰리자 심균당은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부하들을 이끌고 후원으로 들어온 진축은 매처럼 예리한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

후원의 구조는 무척 단순했고 초가집 외에는 노새 한 마리와 젊은 아낙네가 보이는 것의 전부였다.
진축은 부하들에게 손짓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수색해!”
자객들은 곧바로 창고 문을 부수었다.
그사이 진축은 장수를 바닥에 내팽개친 다음 검을 든 채 천천히 심균당에게 다가갔다.
시골 아낙네는 투박한 치마를 입고 있었고 간단하게 묶은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 구석에서 잔뜩 웅크린 그녀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진축은 시골 아낙네 차림의 여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들어라!”
심균당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얼굴에 재를 묻히기는 했지만 자객을 속여 넘길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여자가 꼼짝도 하지 않자 진축은 들고 있는 검을 힘껏 땅바닥에 꽂았다. 검은 절반 가까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진축은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내 검은 목숨 따위는 한낱 지푸라기처럼 여기니 어서 고개를 들란 말이다!” 심균당은 눈을 꼭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고개를 들었다.
극심한 공포심이 밀려와 턱까지 덜덜 떨렸다.
심균당이 아닌 척 연기하고 말 것도 없었다. 정말 무서웠다. 그뿐 아니라 누구라도 죽음 앞에서 대범해지기는 어려울 터였다.
심균당이 고개를 들었을 때 남몰래 그를 훔쳐보던 장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진축은 공포에 질린 시골 아낙네를 자세히 살폈다. 얼굴에 검은 재가 묻은 탓에 몹시 더러워 보였다.

“방금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온 남자는 어디로 갔느냐? 어서 말하지 못할까!” 진축이 핍박하듯 던지는 질문은 심균당의 귀에 ‘무죄석방’의 선언처럼 들렸다.
긴장했던 심균당은 크게 안도했다. 곧바로 검에 목이 베일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자객은 심균당을 알아보지 못했다.
심균당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심균당은 기쁨과 흥분을 최대한 억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 방금 들어왔던 귀, 귀공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요, 나리?” 진축은 영흥후 세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체구가 마른 편이었고 피부가 하얬다.

고상하고 귀티가 나는, 전형적인 귀공자가 맞았다.
“그래, 바로 그 남자다. 어디로 갔지?” 그때 진축의 부하들이 창고에서 나왔다.
진축이 부하들을 쳐다보았다. 부하들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통령,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허름한 창고에는 창문도 없었기 때문에 설혹 안에 사람이 있었더라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진축은 다시 노새 옆에 몸을 잔뜩 웅크린 심균당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심균당은 떨리는 손으로 담벼락을 가리켰다.
“그, 그 귀공자는 다, 담을 넘어 동쪽으로 갔습니다요.” 진축의 시선이 심균당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
담벼락 밑에 밀기울이 담긴 포대가 쌓여 있었고 토담 위에는 사람이 기어 올라갔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진축은 점포 밖 동쪽을 살펴보았다. 교외 마을로 통하는 오솔길이 보였다.
오솔길을 따라 작은 숲을 지나가면 진국부인의 저택이 나왔다.
‘영흥후부의 세자가 생각보다 영악하군. 진국부인한테 가서 도움을 청할 작정일까?’ 진축은 심균당이 멀리 도망치지 못했기만을 바랐다.
심균당에게는 다행히도 그는 자객이기는 해도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미치광이는 아니었다.
목표는 심균당이었으니 시골 아낙네한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진축은 바닥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장수를 힐끗 본 다음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순식간에 자객들은 담장을 넘어 동쪽으로 달려갔다.
자객들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심균당은 몸에서 모든 기운이 쑥 빠져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균당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때마침 여자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다면 악랄한 자객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터였다.
자객들은 위풍당당한 영흥후부의 세자가 실제로는 여자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실이 알려진다면 엄청난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심균당이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기절한 척 쓰러져 있던 장수가 고개를 들었다.
중상을 입었건만 무슨 기운이 뻗쳤는지 장수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수는 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심균당에게 걸어갔다. 그는 주인을 일으켜 세우며 진지하게 말했다.
“세자,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놈들이 세자를 찾지 못하면 다시 여기로 돌아올 거라고요!”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심균당이 어눌한 말투로 물었다.
“장수야, 나를 알아보겠느냐?”
장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진심으로 세자를 우러러보았다.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라 장수는 모든 걸 포기했다. 하지만 세자는 그와 다르게 영민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세자가 초인적인 기지를 발휘해 위기 속에서도 살길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세자가 시골 아낙네로 변장해 노새에게 밀기울을 주는 모습은 정말 그럴싸했다. 설령 섭정왕이 직접 왔더라도 영흥후부의 적장손을 알아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세자와 함께 자랐는데 쇤네가 어찌 못 알아볼 수가 있겠습니까.” 심균당은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웠다.
심균당은 여자 옷을 입으면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변장해도 늘 곁을 지키는 측근의 눈을 속여 넘길 순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심균당에게는 더 이상 도망칠 명분이 없었다.
심균당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장수의 말처럼 포목점은 안전하지 않았다. 자객들이 돌아오면 이번에는 정말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 같았다.
천을 찢어 어깨의 상처를 대충 동여맨 장수는 심균당과 함께 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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