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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고 장로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으니, 죽음으로써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 못한 장 대주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응 앞에 부복한 채, 고개 숙였다.
혈강시와 소수의 마수만으로 연합을 섬멸할 수 있을 거라곤 애당초 생각지 않았다.
무림맹주부터, 백도 최강의 고수라는 공승대사와 팔대세가의 주요 인물들이 참가한 데다, 천마신교의 2개 대대 병력과 천마성당의 수도사가 6인이요, 백도의 후기지수가 물경 수백에 이르는 전력.
어찌 쉬이 꺾을 수 있겠는가….
하나 그것은 실패의 핑곗거리가 될 수 없었다.
비등한 싸움이라도 했다면 또 모를까.
적의 전력을 크게 와해시키지도 못한 데 반해, 혈강시와 마수는 상당수 줄어들었다.
한 마디로 전투는 대패로 끝이 난 셈이다.

“장 대주…. 자네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네. 다만, 그들의 전력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놀라울 뿐이네.” “고 장로님….” “큰일이군. 다른 것보다, 고려에서 온 늙은이와 천마성당 수도사들이 문제야. 대라인면지주의 마기를 술법으로 다스릴 정도면 그들의 법력이 본교 최강의 술법사들과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좌천마도 고응의 안면에 수심의 기색이 역력하게 새겨졌다.
‘노 형…. 정녕 변고를 당한 것이오? 어찌 이런 와중에 감감무소식이란 말이오!’ 그는 의형인 우천마검, 노영명을 떠올렸다.
천하를 품기에 부족함 없는 의형의 무공과 공능을 다룰 수 있는 술법. 실시간파워볼
만약, 이번 작전의 지휘자가 장 대주가 아닌, 의형이었다 해도 이처럼 허무하게 대패하였을까….
‘나는…….’ 아직 어떤 서찰도 소식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의형은 필시, 큰 변고를 당한 게 틀림없다.
일평생 함께 강호를 주름잡았던 사람.
세상을 집어삼키겠단 야망을 품고, 혈마의 심복이 되기를 자처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대계를 완수할 수 있을 거라 여겼거늘….
‘그놈이다! 모든 게, 그놈이 설치고 나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어!!’ 고응의 뇌리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진소어…….” 까득-

그를 떠올리자, 절로 이가 부득 파워볼사이트 갈렸다.
7년 전의 일.
의형 노영명이 괜히 15살짜리 소년을 죽이겠답시고, 요령으로 향했을 때.
또한, 결국 그를 죽이지도 못하고 애꿎은 눈만 잃은 채로 백도에 신분을 노출시키는 우를 범했을 때.
그때, 고응은 의형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그깟 어린놈에게 집착하는지.
더불어 어찌 그 핏덩이 같은 놈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했는지.
‘내가 어리석었다. 노형이 맞았던 거다. 그때, 노형이 다시 그놈을 죽이려 했을 때, 형님을 말리지 않았어야 해!’ 그럴 때가 있다.
당시엔 옳다고 여겼던 일이 시간이 흐른 후에 돌이켜보면 악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때가.
현재 고응이 그러했다.

하나 언제나 그렇듯 후회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파워볼게임 법이다.
“고 장로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고려에서 왔다는 늙은이의 법력은 장로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다른 줄로 판단됩니다.” “다르다…?” “그렇습니다.” “듣기로 그자의 술법은 부 교주와 맞먹을 정도라 했거늘. 생각보다 법력이 약하단 말인가?” 의구심을 느낀 고응이 물었다.
장 대주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반대입니다…” “무슨 소린가?” “그 늙은이의 술법은 본교의 술법사들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그는 중급 부적으로 하늘을 수놓을 정도의 현광을 터뜨렸고, 그에 닿은 마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생전 그런 기기묘묘한 술법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허……!”
장 대주의 보고는 고응에게 첩첩산중으로 다가왔다.
애초에 백인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지하고 있었지만, 장 대주가 저런 말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백인화의 법력은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터….
‘이젠 정말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적의 침략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적어도, 교주가 당도하기 전까지.

고응은 반드시 감숙교당을 엔트리파워볼 사수해야 했으니까….
“장 대주.” “네, 고 장로님.” “특임대를 구성하여 연합 세력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야 하네. 전면전을 펼치라는 게 아닐세. 그들의 빈틈을 물어뜯고, 상처를 파헤쳐서 기동성을 약화하되, 전력을 분산시키란 말일세. 알겠는가?” “수하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지금부터 감숙교당 인근 주변으로 대마라혈진을 구성하게.” “대… 대마라혈진을 말입니까?” “인간 제물 따윈, 얼마가 들어가도 좋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닥치는 대로, 납치하여 대마라혈진의 제물로 사용하게.” 좌천마도, 고응의 엄중한 명령에 장 대주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고응은 매사 신중한 인물이다.
적어도 인신 공양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물론, 고응의 성정이 혈마나 노영명보다 어질어서 인신 공양에 죄책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민간인을 납치하는 행위가 남발되면 반드시, 위험 요소가 생길 것을 우려했을 뿐.
‘이제는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야…. 저들을 막지 못한다면, 앞날 따윈 없을 테니까.’ 콰직-
고응이 우수의 주먹을 힘껏 말아 쥐었다.
“존명! 그리하겠습니다.” 장 대주의 음성이 한껏 비장하게 튀어나왔다.


-소저의 골절이 위중하오. 이대로는 결코, 싸움을 할 수 없으니 하산하여 치료하는 게 좋겠소.
-귀하는 심맥의 부상이 경미하지 않으니, 전투에 참가할 EOS파워볼 수가 없소. 역시, 하산해야 할 듯합니다.
-강 소협의 외상은 일견, 깊어 보이지만 모든 자상이 혈관을 비껴갔기 때문에 출혈이 적었던 겁니다. 금창약을 바르고 탕약을 복용하면 하루 만에 호전을 보일 것이니, 행군을 지속해도 좋습니다.
당일기와 당화린을 포함한 사천당문의 무인들은 연합의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물과의 사투에서 비록 대승을 거두었지만, 부상자의 수가 예상을 넘어선 상태였다.
특히, 혈강시의 손톱에 서린 독성 때문에, 외상과 피부 병변의 사례가 많았는데, 다행히도 사천당문은 독에 있어 전문가들이기에, 치료에 큰 난항을 겪진 않았다.
그때.
백인화가 타박상이 심한 무인들을 눕혀놓고 시침(침을 놓는 행위)하는 광경이 당문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 방주께서는 의술에도 상당한 고견을 지니고 계신 분이구나!’ ‘침술을 보아하니 보통 의술이 아니야…. 저런 정교한 침술은 현역 의원들도 쉬이 선보이기 힘들 텐데.’ 당문인들은 백인화의 침술에 혀를 내둘렀다.
보통 침술은 환부에 직접 시침하는 방법과 특정 혈 자리를 취하여 간접적으로 효능을 작용시키는 방법으로 나누어지는데, 백인화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여 시침하고 있었다.
“백 방주님. 의술에도 능통하셨던 겁니까? 놀라운 술법과 경천동지할 무공을 지니신 것도 모자라, 지식 또한 대단하신데, 의술까지… 정말 알면 알수록 경악스러운 분이군요, 허허허.” “새삼, 백 방주님 같은 분이 아군이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참으로 신기한 분이십니다, 껄껄껄!” 전천후, 다양한 활약을 선보이는 백인화를 향해 홍련사태 등의 지도부 인사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백인화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손사래 쳤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얄팍한 재주일 뿐이지요. 그리고 이 늙은이가 조력자가 된 것은, 소어의 공이 컸습니다. 소어와 북해에서 만나, 동행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조속히 중원 무림 측과 접선할 수 없었을 테지요.” 백인화의 말에 사람들이 흐뭇한 얼굴로 끄덕였다.
역시 이번에도 소어였다.
이처럼 소어는 현 무림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소어라는 인간이 지닌 일신의 무공을 떠나.
그의 결단력, 행동력, 추진력, 지력, 앞날을 내다보는 선구안까지.

젊은 나이를 감안한다면, 소어는 스승 모용천보다 외려 더 큰 존재로 우뚝 부상한 것이다.
‘소어는 이제 명백히 강호 전체에서 가장 특출난 사람이고, 가장 영웅이며, 가장 강한 사람이 되었어. 투신 어르신. 선계에서 보고 계시지요? 우리 소어가 이렇게나 훌륭히 장성했습니다. 아마 소어는 모용세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거예요. 호호호!’ 그런 단상을 떠올리는 홍련사태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불과 몇 시진 전까진, 도검이 난무하고 피가 들끓는 전투가 벌어졌지만, 지금 현재,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창공은 더 없이 푸르고 맑기만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오랜 벗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로투스바카라 투신, 모용천이 그리운 홍련사태였다.


-우치 형! 달려요, 달려! 아니! 날아라, 날아!
-고작 이것밖에 못 날아? 실망인데??
-에라! 그냥 내려줘요. 실망입니다, 형님.

전우치는 소어의 정수리에 딱밤을 선사하고 싶은 욕구로 깊이 번민했다.
급한 건 안다.
이리저리 처리할 일이 많아, 예상보다 선발대에 합류하는 시일이 늦어진 터라, 마음이 조급한 건 인지상정일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저 닦달과 잔소리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소어는 전우치를 마치, 돈 주고 산 말(馬) 정도로 생각하는지, 연신 더 빨리 가자, 법력을 높여라, 차라리 내려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었다.
“야, 진소어! 너 한 번만 더 잔소리하면 진짜 확, 마 떨어뜨리고 혼자 간다!” 결국, 전우치가 참지 못하고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에이! 내가 형님 좋아서 그냥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뭘, 또 그러실까?” 역시 소어는 장난일 뿐이었다며 외려 전우치를 속 좁은 좀생이로 말아서 던지기를 시전하는 치밀함을 선보였는데.
‘어휴! 말을 말아야지, 말을. 저놈이랑 입씨름하면 나만 손해니까.’ 전우치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진소어란 인간을 이루는 근간 중, 무공이 3할이라면 또 다른 3할은 돈 냄새 맡는 능력이고 마지막 4할이 바로 입담이다.

차라리 시원하게 한 판 붙으면 붙었지, 입으로는 도저히 저 청산유수 달변가를 이길 재간이 없었기에 전우치는 속만 끓일 수밖에.
“끙…!” “형님. 삐지셨어요?” “삐지긴 뭘 삐져! 날 뭘로 보고!” “죄송합니다, 형님. 사죄 오지게 박겠습니다!” “너, 그거 나 먹이는 거지?” “먹이긴요! 내가 우치 형을 얼마나 존경하는데!!” “자꾸 그러다 진소어 너 진짜 피똥 싼다?” “엥? 그거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산데?” “너한테 배웠다, 너한테!” “크크큭.”
“미친놈…” 그렇게 투닥투닥.
옥신각신하면서도 전우치의 양탄자는 거침없이 대기를 가르며, 창공을 관통했다.
파아아아아앙!
양탄자의 잔상이 사천 하늘을 꽃처럼 수놓는 순간이었다.


“역시 사람은 쪼아야 돼. 그것도 바짝! 그래야 긴장감을 유지하고 능률을 올리거든.” “뭐야?”

“이 법칙은 진립디다, 형님. 내가 그래서 인단 생도들도 그토록 쪼았던 거 아니요? 낄낄.” “고맙다고 큰절은 못 올릴망정…” “고마워요, 형. 덕분에 이런 미친 속도로 감숙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소어의 닦달은 효과만점이었다.
전우치는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비행술을 펼쳤고 덕분에 이튿날 바로 감숙까지 당도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치 형의 성장 속도가 진짜 무시무시해.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쾌경보를 쫓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뭐! 한 1년 더 있으면 진짜 송골매보다 빠르겠는데… 우치 형 데리고 운송업을 해볼까?’ 괜히 전우치를 향해 타박을 일삼았지만 소어의 진심은 그러했다.
금분세수하고 청해로 돌아가 도를 닦는 전(前)대 무림맹주 하원상의 운룡팔대식이나 전(前)대 천마였던 위지운의 천마군림보라 해도 전우치의 비행술을 따를 순 없을 터였다.
그렇게 사천과 감숙의 경계에 위치한 공동산을 넘어, 한참 더 하늘을 날아 감숙 합작현에 당도했을 때였다.

“어?”
“어?!”
일반인과 안력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두 사람의 시야에 정돈된 행렬로 무리를 이룬 한 떼의 인마가 들어왔다.
“소어야. 저 사람들… 북해 사람들 아니냐?” “맞아요. 궁주님과 소영이네요.” “진짜 네 부탁 하나로 북해가 움직이는구나. 대단하다, 대단해.” “흐흐흐.”
소어가 웃는 낯으로 왕방태를 향해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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